심안과 육안의 곳간

도시 정글 생존기

사직서 제출, 그리고 퇴사일

벤투작 2023. 9. 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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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도시정글 생존기 - 퇴사하는 날
 
대체로 해고 통보를 하거나 사직서를 제출하면 퇴사일까지 한 달의 시간을 여유를 준다.
간혹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세요!' 하는 곳도 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곳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 반대로 출근할 곳을 미리 정해놓고 '오늘까지만 출근하겠다!'라고 하는 경우는 몇 번을
경험해 보았다. 이런 경우는 그동안 다른 직원들과는 어떻게 동료애를 쌓아 놓았는지는
몰라도 나는 항상 손절을 해왔다.
 

 
내 기준에서 스스로 정한 규칙이라, 마지막 한 달은 평소보다 더 열심히 근무를 했다.

 

순수한 마음에서 그동안 근무하면서 쌓아놓은 이미지를 지키고 싶었다.

 

마무리가 잘 되야 전체가 아름답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그동안 진행했던 업무를 마무리했다.
업무 인계를 하다 보니 성과가 바로 나올 만한 업무는 서로 가지고 가려고 하더니 시간만
잡아먹고 티도 안나는 업무는 모두 외면을 하는 모습에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온다.
하긴 나 같아도 기존에 하던 업무가 있는데 티도 나지 않고 시간만 잡아먹는 일을 새로
떠안기는 싫을 것이다.  이런 업무는 잘 정리해서 저장 폴더에 담아 놓는다. 아마도 나중에
이 저장폴더를 유심히 보는 직원이 있다면 회사생활의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퇴사 후  총무팀에서 확인도 안 하고 포맷을 한다면 십수 년 수집한 기초 자료는 사라질 것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니 퇴사를 하는 그대여,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라. 

 
둘째, 셋째 주일은 전국을 돌아다니면 그동안 벌려 놓았던 일이나 마무리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일의 특성상 글과 말로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기에 직접 시범을
통해 전달을 해줘야 하는데, 퇴사를 한다는 말없이 교육을 하니 건성으로 듣는 매장이
대부분이다. 이 또한 어쩔 수 없다.
매장에서 퇴사를 한다고 말을 할 수 없으니, 매장 순회가 끝나면 그동안 같이 손발을
맞추었던 직원과 현지에서 발굴한 맛집 탐방을 한다.
(그동안 현지 맛집들을 찾아내는데 고생을 했는데,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한 달의 시간 동안 정말이지 전국 매장 순회 교육이 없었다면,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냈다면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정말이지 끔찍해진다.
 
마지막 일주일 정말 할 일이 없다.
진행하던 프로젝트도 모두 넘겨주었다. 
마무리 못한 업무도 모두 마무리했다.
그동안 수집하고 만들었던 자료도 업무인계나 혹은 저장 폴더에 담아 두었다.
책상도 두 번씩 매일 닦고 잡다한 서류는 모두 폐쇄해 버렸다.
거래하던 업체관리자에게 모두 퇴사 통보 했다.
전화도 안 오고, 새로 주어지는 일도 없고, 심심하다.
(오랜만에 심심해도, 나름 좋기는 하다. 무한 인터넷 서핑 ㅎㅎㅎ)
근무기간이 오랜 만큼 매일매일 개인, 혹은 부서 회식에 참석 요청에, 송별회 
(내가 남들에게 욕먹을 행동은 하지 않았구나, 나름 직장생활 잘했구나!!)
 

 
마지막 퇴사일
아침에 이달에 쓴 비용 정산을 해서 회계팀에 넘겼다.
그동안 같이 일한 팀원들과 인사
(바로 밑 직원 같이 오랜 시간 근무한 직원이 가장 아쉬워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절대 아쉬워하지 않는다. 착각들 하지 마시길 아마도 나의 퇴사를 가장 반기는 이들이
직장에서는 바로 밑 직원이다. 왜 승진의 기회다. 바로 당신의 뒤에서 웃는 이가 있다면
믿고 있는 바로 밑 직원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렇다고 너무 화를 내거나 서운해
하지 마시길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하시길, 그것이 정신 건강에 좋으니)
 

 
회사 비용으로 먹는 마지막 점심 
(난 아침에 비용 정산 요청했으니 마지막 점심은 임원을 쫓아가자 그리고 평소에 눈치
보면서 시키던 비용이 초과되는 메뉴를 당당히 시켜보자)
점심 이후 임원들과 간단한 대화
무료한 시간 때우기 인터넷 서핑, 서핑, 서핑
(실업급여도 못 받는 자발적 퇴사를 하는 사람이 서핑할 여유가 있을까? 그것도 중년이)
퇴근시간 10분을 남겨 놓고 회사 대표님과 인사를 하고 남겨진 직원들을 뒤로하고 
회사 정문으로 나왔다. 
(그동안 퇴사자는 10분 정도 일찍 퇴근을 하는 관례가 있다.)
 

 
난 비교적 운이 좋았다고 할까?
아니면 그동안 뿌려 놓았던 씨앗 중 하나가 열매를 맺어 주었다고 할까?
내가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소문이 나니 같이 일을 하자는 곳이 몇 군데가 있었다.
(지금은 한 곳을 선택해서 새로운 업무를 익히는데 집중하고 있다.)
제안을 해준 회사와 신경을 써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흥미 있게 읽으셨다면 공감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새로운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댓글 및 구독자분들의 블로그에 방문을 못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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