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안과 육안의 곳간

책 이야기

미각의 제국 - 천일염, 고추가루, 미꾸라지 ... 궁금증 해결

벤투작 2023. 7. 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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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황교익 지음
 
하루하루 살면서 맛있게 먹는 음식은 생활의 활력이요 즐거움입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누구와, 어디서, 언제, 먹는가에 따라 맛의 차이가 난다고 해도 눈물이 핑돌게
만드는 겨자가 달콤한 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달콤한 꿀이 더 달콤해지는 것이지 매운 겨자나, 짠 소금이 달콤해지지는 않으니까요
 
일상적인 음식이라도 각자가 바라보는 방향이 있습니다. 이번주는 미식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음식에 대해 알아보고자 '미각의 제국'을 읽어 보았습니다. 2010년에 출간된 책이라 읽어보신
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미식가 / 음식에 대하여 특별한 기호를 가지고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

 

천일염은 한동안 광물이었다. 과학적 분류로는 광물인 것이 맞다. 재제염 업자들은
천일염의 이런 특성을 강조하여 식품으로 쓰지 못하게 하고는 산업용 소금 시장은
물론 식용 소금 시장까지 독식했다. 이들 업자들의 행태는 재제염보다 몇 배나 짠
소금을 식탁에 올리도록 강요할 정도로 곱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그러면서 우리
입은 순한 천일염 맛을 잊었다.
좋은 천일염은 달면서 가볍게 짜다. 안 좋은 천일염은 쓰고 몹시 짜다. 장류업체
홍보 글이나 음식 드라마 같은 데에서 3년 저장해 둔 천일염이면 간수가 다 빠져
좋은 것이라 말한다. 그 시간이면 간수가 다 빠지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맛이 꼭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5년 묵은 국산 천일염도 쓴맛이 날 수 있다는 말이다.
같은 소금밭이라도 계절과 소금이 결정되는 그날의 날씨, 소금의 결정 시간 등에
따라 소금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금의 미네랄 중 맛을 해치는 결정적인 것은 염화마그네슘이다. 쓴맛의 주범이다.
국산 천일염이라 해도 염화마그네슘 함량이 많으면 좋지 않다. 프랑스 게랑드 소금
염화마그네슘 함량이 적다. 세계인들이 그 소금을 명품이라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국 천일염은 이에 모자란다.

19, 20쪽 소금, 짠맛만 나는 것이 아니다

 
 

고추를 말리는 방법은 흔히 알려진 것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햇볕에 말리는 것과
열풍건조기에 말리는 것. 앞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고추를 태양초 뒤의 방법으로
만든 고추를 화건초라 한다.
태양초에는 화건초에서 맡을 수 없는 발효 향이 있다.
약간의 시큼한 향인데 잘 말린 태양초에서는 고추의 달콤한 향내와 이 발효향이
적절히 어우러져 냄새만으로 입안에 침이 고인다.
태양초 식별법은 꼭지가 누렇게 바랜 것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열풍건조기에
대충 찌다가 비닐하우스에서 말려도 꼭지가 누렇게 된다. 시중에 파는 태양초는
대부분 이렇게 만들어진다. 가짜 태양초인 것이다. 심지어 꼭지의 탈색을 위해
물을 뿌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말린 고추는 발효가 과하게 일어나거나 잡균이 붙어
발효 향이라 할 수 없는 다소 역한 시큼한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금물을 쓰기도 하므로 고추에서 짠맛이 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31쪽 건고추 / 잘 말린 태양초는 달콤하고 시큼한 향이 있다

 

우리 땅에는 오래전부터 이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함께 살았는데, 미꾸리가
미꾸라지보다 더 강한 종이어서 야생 상태에서 포획을 하면 미꾸리가 더 많이
잡혔다. 그리고 미꾸리가 미꾸라지에 비해 구수한 맛이 더 있어 토종 대접을
받았다.
요즘 추어탕집에서 쓰는 물고기는 미꾸라지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미꾸라지가
미꾸리에 비해 더 빨리 자리기 때문이다. 미꾸리든 미꾸라지든 추어탕감으로
쓰려면 15센티미터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데, 치어를 받아 와 이 크기에 이르기까지
기르려면 미꾸라지는 1년 내외면 되지만 미꾸리는 2년은 넘겨야 한다. 그러니
양식업체에서 미꾸라지를 선호하게 되고 추어탕집에서는 이 미꾸라지로 탕을
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추어탕이 옛 맛이 아닌 것은 재료의 변화 탓만은 아니다. 미꾸리든 미꾸라지든
주재료는 조금만 넣고 여기에 구수한 맛을 더하기 위해 콩가루며 들깨가루를
잔뜩 넣기 때문이다.


61, 62쪽 추어탕 / 미꾸리든 미꾸라지든 옛 맛이 안나는 이유

 
 

요즘 젊은이들은 떡 맛을 모른다. 진짜 떡을 먹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떡은 공장에서 가공된 쌀가루로 만든다. 쌀가루의 입도는 높고 분포도는 좁다.
아주 고운 입자라는 뜻이다. 공장에서는 쌀의 전분이 변성되지 않게 습식으로
분쇄한다고 하지만, 고운 입도의 쌀가루를 짧은 시간에 다량으로 생산하다 보니
온도가 올라가고 따라서 전분에 손상이 오기 마련이다. 또 보관과 이동 중에도
손상이 있다. 이렇게 전분이 변성된 고운 쌀가루로 떡을 하게 되면, 백설기와
시루떡은 퍽퍽하고 가래떡과 절편은 단단하며 찹쌀떡은 뻐득뻐득해진다.
물에 불린 쌀을 절구 같은 재래 도구로 빻아 떡을 빚으면 떡에서 쌀알이 씹힌다.
아무리 곱게 빻아도 입자가 고르지 않고 거칠기 때문이다. 이 엉성한 떡 조직이
오히려 떡을 부드럽게 한다. 또 전분의 변성이 없어 질긴 느낌이 없다. 가래떡을
예로 들자면, 공장 쌀가루 떡은 '질긴 쫀득함'이고 절구떡은 '부드럽게 입에서
스르르 녹는 쫄깃함'이다

111쪽 떡 / 쌀알이 씹혀야 떡이 부드럽다

 

한국인의 입맛은 보수적이다. 외래의 것이라 하면 일단 거부감부터 드러낸다.
5,000년 동안 한반도에 갇혀 살아오면서 고착화된 나쁜 습성이다. 또 고수가
애초 동남아시아 음식에 흔히 쓰는 채소로 잘못 알려지면서 그들 민족을 낮추어
보는 못된 눈이 이 채소에도 관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고수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고수가 외래에서 온 것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고수는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서 재배하였던 푸성귀이다. 특히 남도의 시골을 다니다 보면
이 고수를 겉절이로 내는 곳을 흔히 보게 된다.

133, 134쪽 고수 / 동남아 채소로 오해받는 우리 채소

 
앞전 독서후기인 '밥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를 읽으면서 식품업에 종사를 하면서
한동안 식품과 관련된 공부를 등한시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공부를 했던 내용도 오랜만에 다시 보니 생소하고 잊고 있었던 것도 많았기에 이제 
식품과 요리에 관한 책을 읽어 보려고 합니다. 
 

 
무심코 사용하던 소금과 고춧가루, 즐겨 먹던 추어탕, 간식으로 빼먹지 않았던 떡도
그 안에서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였던 치열한 과학과 상술이 뒤섞이면서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건강과, 위생 그리고 맛을 더 좋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무더위에 콩가루나, 들깻가루로 맛을 낸 추어탕이 아니라 정직하게 미꾸라지로 맛을
낸 추어탕 한 그릇이 생각이 납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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