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안과 육안의 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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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디테일 - 연유, 세프, 바삭바삭 차이를 알아보자

벤투작 2023. 8. 13.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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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브렛 워쇼 지음, 제효영 옮김
 
올여름은 잠 못 드는 열대야가 지속되더니 태풍이 몰아치고, 한순간에 더위가 사라진 주말

아침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은 적당한 온도와 시원한 바람이 지난주 숨 막히게

더웠던 날들이 있었다는 것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도 의자에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로 더웠다면 한 주 쉬었을 것 같습니다.)
올여름 절 견디게 해 준 일등 공신은 선풍기라 하겠습니다. 언제부터 인지 에어컨 바람이

싫어지고 조금 더워도 선풍기 바람이 좋아졌습니다. 선풍기 다음으로 꼽으라면 바로

팥빙수일 겁니다.


올 여름을 팥빙수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달콤한 팥에 연유를 뿌려 먹으면 그 달달함이 두 배가 되어 행복하게 합니다. 

281쪽 농축우유 VS 연유
당연한 소리지만 연유와 농축 우유는 둘 다 생우유로 만든다. 진공환경에서 생유의
수분을 60퍼센트 정도 증발 시켜서 단백질, 지방, 당, 성분을 농축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렇게 만든 농축우유 evaporated milk를 캔에 담아 부패하지 않도록 열을 가하면
무가당 연유가 된다. 이 살균 과정을 거치면 유당의 일부에서 캐러멜화 반응이
일어나므로, 최종 제품에서는 견과류의 향이 살짝 느껴지고 색깔도 옅은 베이지색
또는 아이보라색이 된다. 
··· 중략 ···

농축 우유에 설탕을 엄청나게 넣은 것이 연유 condensed milk다. 연유 한 캔에는
무가당 연유 한 캔에 설탕이 최대 2컵 하고도 3분의 1컵까지 들어 있다. 설탕을 이만큼
넣으면 점도가 아주 높아지고 단맛이 시럽에 버금갈 만큼 어마어마하게 강해진다.
설탕이 다량 들어간 것만으로도 세균 증식을 막을 수 있으므로 가열 살균은 거치지
않는다.

 
달달함 그 속에는 역시 '설탕'이 숨겨져 있지만 먹을 때는 생각 안 하고 맛있게 먹는

걸로 하겠습니다.
 



몰라도 상관은 없지만 알고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 비슷비슷한 이름의 차이를

알아보고 함께 할 지식을 모아 보았습니다. 
 

13쪽 세프 vs 요리사
세프 chef는 기본적으로 음식점이나 호텔에서 주방을 운영하는 전문 요리사를 
일컫는다. 요리 학교에서 배우든 음식점 주방에서 일하든 어느 정도 체계적인 훈련을
 거쳐야 하며, 관리자 역할도 담당한다. 즉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 동시에 주방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요리책 저술가이자 TV 방송인, 「가정의 여신이 되는 법 How to 
Be a Domestic Goddess」 저자인 나이젤라 로슨은 잡지 《이터》에서 이렇게
밝혔다.  “세프는 공인된 자격이 있거나, 음식점 주방에서 경력을 쌓아 전문성을 갖춘 
사람입니다.
  … 제가 취득한 자격이라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받은 중세 언어학과 
현대언어학 학위가 전부예요” 
나이젤라는 요리사 cook라고 할 수 있다. 요리사는 일반적으로 음식점 외에 다른 곳에서 
음식을 만드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다. 전문적으로 요리를 하지 않는 사람도 포함되므로,
 ‘세프’라는 표현을 쓸 때 보다 아마추어의 느낌이 더해진다. (음식의 실제 질에 관한 
평가와는 무관한 기준이다. 요리를 집에서만 해왔더라도 번듯한 ‘세프’보다 음식을 훨씬 
잘 만드는 사람도 있다.) 음식점에서의 명령 체계상 부주방장보다 아래에 있는 모든 
직원을 요리사라고 한다.

 

40쪽 바삭바삭 vs 오도독
그런데 열심히 과자를 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이 음식은 바삭하다고 해야 할까, 오도독 씹힌다고 해야 할까? 내 턱이 가하는 
기계적인 힘과 그 힘에 과자가 부서지는 소리는 바삭바삭 에 가까울까, 오도독오도독이 
더 알맞을까?
「국제 식품특성 저널」에 실린 「바삭바삭한 식감과 오도독한 식감에 관한 비평적 
평가: 검토 연구」라는 제목의 학술논문에는 바삭바삭한 crispy 음식이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건조하고 단단하며 앞니로 씹었을 때 금방, 쉽게, 전체적으로 부서지면서 비교적 크고 
높은 소리가 나는 음식. 
이 논문에서 오도독한 crunchy 음식은 이렇게 정의한다
밀도가 높고 어금니로 씹어 여러 차례에 걸쳐 부서지면서 비교적 크고 낮은 소리가 나는
음식.

비과학적으로 정리해 보면, 앞니 4개로 씹어 먹는 음식은 바삭바삭한 음식이고 어금니로 
씹어 먹는 음식은 식감이 오도독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185쪽 식물성 유지 VS카놀라유 vs옥수수유 vs포도씨유 vs땅콩유 vs홍화씨유
장 보러 가서 식용유를 고를 때, 어차피 아무 맛도 안 나니까 아무거나 제일 싼 제품을
골라서 카트에 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잠깐 시간을 들여서 고민해 본 적도 없으리라. 카놀라가 식물인가? 홍화는? 왜 
올리브유를 어떤 종류로 사야 하는지 고민하느라 우물쭈물 시간을 보내야 한단 
말인가? 다 똑같은 희끄무레한 기름인데?  
심리 상담사에게 이렇게까지 아무 감정이 없다고 고백해도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중성 유지는 다 아무런 맛이 나지 않으니까. 특별할 것도 없다. 바로 그렇기에 
이러한 식용유가 유용하다. 단백질이나 유리 지방산도 없고 올리브유에 들어 있는 
성분처럼 독특한 후추 향을 내는 화학물질도 없다. 발연점이 높아서, 노릇노릇하고 
바삭한 튀김처럼 높은 온도로 가열해야 하는 요리에도 사용할 수 있다 (섭씨 230도까지 
가능하다.) 식용 유지 중에서도 고급 올리브유나 참기름처럼 한 번에 많이 쓰지 않는
종류는 색이 짙고 고유한 향이 진할수록 발연점이 낮으므로 요리에는 적합하지 않고
음식에 그냥 뿌려서 먹는 것이 좋다.

 

235쪽 베이킹소다 vs 베이킹파우더 
이 책에서 비교하는 몇 가지는 그 차이점이 무시해도 좋을 만큼 극히 작거나, 심지어 
알고 보면 차이가 없기도 하다하지만 베이킹소다와 베이킹파우더는 그렇지 않다.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르므로 바꿔서 쓰면 무엇을 요리하든 망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학적으로는 공통점이 있다. 알칼리(염기) 성분이 산 성분과 섞이면서 반응이 
일어난다. 산과 염기의 반응에서 나오는 산물 중 하나가 이산화탄소이고, 우리 눈에서 
부글부글 일어나는 거품으로 나타난다. 베이킹소다와 베이킹파우더 모두 이 반응을 
촉진한다. 하지만 그 방식이 다르다.  
베이킹소다 baking soda는 중탄산나트륨 (NaHCD3)이라는 물질의 일반명이다. 
중탄산나트륨은 알칼리 물질이므로, 재료를 부풀어 오르게 만들려면 함께 반응할
산이 있어야 한다. 버터밀크 요구르트. 황설탕(271쪽 참고) 등이 그러한 재료가 
될 수 있다. 혼합물에 이런 산성 재료가 충분히 포함되지 않으면 중탄산나트륨이 
그대로 남게 되므로, 무엇을 만들든 쓰고, 비누 맛이 나고, 뒷맛이 떫은 음식이 되고 
만다.
 베이킹파우더 baking powder는 이와 달리 자체적으로 재료를 팽창시킬 수 
있다. 알칼리 물질인 베이킹소다와 주로 주석산이 결정화된 고형 산 성분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분만 있으면 화학적 반응이 시작된다.
 

비슷해서 별 차이가 없는 단어들도 있고 재료들도 있지만 글자 하나에 큰 차이가 생기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차이를 알고 정확히 쓰면 좋은 말이 있고 그 차이를 몰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있고 글은 단어 하나하나에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작은 차이가 디테일을 만든다는 것에서 더운 여름에 가볍게 상식적으로 알고 가면 좋은 내용을

들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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