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저자. 스티븐 킹 / 김진준 옮김
"뿡야!"
율라블라는 방귀를 많이 뀌었다. 소리도 요란하고 냄새도 지독했다. 이따금씩
그녀는 나를 소파 위에 집어던지고 모직 스커트를 입은 궁둥이로 내 얼굴을
깔아뭉개면서 힘차게 방귀를 뀌곤 했다.
"뿡야!"
그녀는 신이 나서 소리쳤다. 마치 두엄통에 빠진 것 같았다. 그 어둠, 그 질식할 듯한
기분을 나는 기억한다. 그리고 내가 웃고 있었다는 것도 기억한다. 끔찍한 짓이었지만
일면 우습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러 면에서 율라블라는 나에게 비평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주었다. 90kg도 넘는 거구가 얼굴을 깔고 앉아 방귀를 뀌면서 "뿡야!" 하고 외치는
사태를 몇 번이나 당하고 나면 ≪빌리지 보이스 The Village Voice≫에 어떤 기사가
실리던 별로 겁나지 않게 한다.
22쪽, 이력서
"뿡야!"
흔하디 흔한 소릿 말이 작가의 능력에 따라서 웃기거나 내용의 전환이 필요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마법의 단어로 변신을 한다. 사전 떡밥이 무엇인지 단어 하나로 알려주는 능력
"뿡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암묵적 공감대를 만든 작가를 흠모한다.
무엇을 해라. 어떤 것을 하지 마라 식의 강압적인 작법서는 벽돌 같은 딱딱한 글의 나열이다.
읽기 편한 글, 그리고 마법 같은 단어 하나가 책을 많이 팔아먹은 (작가의 표현) 필력을
진한 핫초코같이 느끼게 한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글이란 이렇게 써야 한다.
히슬러 선생님이 말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말이다. 스티브 네가 애당초 왜 이런 쓰레기 같은 글을 썼느냐는
거야. 너에겐 재능이 있어. 그런데 어쩌자고 이렇게 제 능력을 낭비하는 거냐?"
58쪽, 이력서
'재능'이라는 단어는 무수한 의미를 가진 것 같다. 난 언제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었을까? 항상 나보다 잘하는 아이들이 있었기에 재능을 가졌다는 소리를 들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주입식 교육의 피해자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일찍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선생님께 감사를 드려야 한다.
재능 있는 일과 잘하는 일에는 차이가 있다. 음악을 잘 하지만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고
의사가 되고 싶지만 피를 싫어해서 포기를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일치를 한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 개인이 가진 능력 중 제일 잘하는 능력을 찾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을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다.
2002년에 발행되어 많은 사람이 읽어 왔고 다양한 의미로 재해석 내용들이다. 개개인이 같은
단어라고 해도 읽는 환경에 따라 느끼고 받아들인 내용도 의미도 각양각색이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 계속 읽어 왔다는 것은,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재미있는 글은 어떻게 쓰는 건지
알려 주었고 그 예시가 '이력서 단원'이 아닐까 한다.
(그동안 인연이 없어 못 만났지만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었기에 감사할 뿐이다.)
≪히치콕≫에서 거절 쪽지를 받았을 때 나는 웹코어 축음기 위쪽 벽에 못을 박고, 거절 쪽지에
《행복 교환권》이라고 써서 이 못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앉아 패츠의 노래
'난 준비됐어요'를 들었다. 사실 나는 기분이 꽤 좋았다. 아직 면도를 할 필요도 없는 나이에는
실패를 맛보아도 얼마든지 낙관적일 수 있으니까.
내가 열네 살쯤 되었을 때 (이 무렵에는 필요가 있든 없든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면도를 했다)
그 못은 꽂혀 있는 거절 쪽지들의 무게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못을
더 큰 것으로 바꾸고 글쓰기를 계속했다. 열여섯 살 무렵에는 거절 쪽지의 친필 메모도 스테이플러
대신 클립을 사용하라던 충고보다 좀 더 용기를 주는 내용이었다.
47쪽, 이력서
수많은 실패, 앞서 재능이 있다고 했는데... 재능은 축복받은 일이지만 일류 작가도 어린 시절부터
무수한 투고(출판사에 자신이 쓴 글을 보내는 것)와 도전을 하였다. 재능을 밭으로 생각한다면
노력이라는 씨앗을 뿌리지 않는다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좋은 글을 쓰려면 많이 써봐라 이 말을 못에
꽂힌 거절 쪽지로 표현해 주었다. 재능만 믿고 도전을 하지 않았다면 평범한 사람보다 조금 잘 쓰는
수준이 되었을 것이다.
"불필요한 단어를 삭제하라"
"수정본 = 초고 -10%"
"독자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가졌으므로..."
"자명한 내용을 주절주절 늘어놓았고 어설픈 배경 스토리가 너무 길었다."
주절이 설명할 필요도 독자의 생각을 대신해 줄 필요도 없다. 생각하게끔 정직한 글을 쓰는 되는 것이다.
(쓰고 싶은 말이 많으니 이것이 어렵다) 많은 책들이 나오고 제목에 현혹되어 읽기도 하지만
(제목이 아까운 책들도 많다) 자기 자랑과 홍보로 도매된 책들, 선택받지 못하고 소복하게 먼지만 쌓여가는
글도 많은 것 같다.
"유혹하는 글쓰기"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글을 쓰고 싶기에 시간이 흐르고 나서 꼭 다시 읽어볼 내용이다.
스티브 킹의 소설도 (미져리, 쇼생크 탈출은 영화로 봤음) 책으로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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